의사·간호사 40%가 '코로나 트라우마'…국가 의료시스템이 위험하다

매일 경제|2021.07.22
지난해 3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방호복을 껴입고 땀에 흠뻑 젖어 몰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지쳐 가던 의료진의 모습은 많은 대중에게 안타까움을 남겼다. 어느덧 본격적인 여름 날씨로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1년 넘게 지속되는 팬데믹으로 지쳐 가는 의료진의 육체적·정서적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황이 심각했던 미국에서도 코로나19 대응 응급 의료진이 2명이나 자살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헬스 시스템(Mount Sinai Health System)에서는 의료진의 우울 및 스트레스 회복을 위한 센터를 열어 연구를 시작했는데 연구원들은 의료진 중 25%에서 4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의료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319명 중 41.3%가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28.2%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에는 국내 의료진이 과도한 업무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는 등 국내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의 정신 건강도 위험 수준에 놓여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우려할 만한 수준의 건강 및 환경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인 방안과 실행 수준은 아직 미약하다. 


독일 지멘스 헬시니어스에서는 연구 자료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일찍이 의료진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는데 특히 심리적 방역 체계 마련과 치료는 의료진 감염 예방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의료진의 이탈로 이어져 업무 과중, 의료 서비스의 품질 저하 등을 야기해 결국엔 향후 의료 시스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근로자와 업무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라임에이드 인스티튜트의 백서에서 언급하듯 직장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느끼는 근로자의 이직률 및 번아웃 비율이 훨씬 적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진에 대한 보호 방안이야말로 의료진의 이탈을 막고 국내 의료 시스템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매우 핵심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진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응급 상황 속 즉각적인 지원 방안 제공 △의료진을 위한 분리 공간 마련 △의료진 대상 소그룹 심신 안정 교육을 통한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 등 다양한 방안을 활용해볼 수 있다. 

미국 선두 의료기관들의 경우 즉각적인 지원을 위해 의료진을 위한 24시간 심리상담 콜센터를 마련하고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 직후에는 바로 위기 상황 스트레스 관리 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의료진을 심리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공간 조성도 필요하다. 분리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감염 위험을 낮출 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정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 선별진료소 밖에서 무더운 날씨와 피로에 지쳐 주저앉아 쉬고 있는 의료진의 안타까운 모습은 이러한 환경 조성의 부족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관 내 의료진으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심신 안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의료진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의지하며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의료기관 내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며 이를 장려할 수 있는 내부 경영진의 역할 또한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다. 하루하루 급박히 돌아가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의료진의 심리적 건강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까지 마련하는 것은 추가적인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야말로 힘겹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보호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할 시기이며 이는 팬데믹 이후에도 의료 서비스 및 시스템을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